태극론 [한] 太極論
중국의 전통적인 우주론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궁극적인 실재를 나타내는 태극(太極)은 가장 주요한 개념이다. 태극이란 이 낱말은 ≪장자≫(莊子)와 ≪주역≫ <계사전>(繫辭傳)에 처음 나타나지만, 그것을 철학사에 있어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만든 것은 주돈이(周敦頤)의 ≪태극도설≫(太極圖說)에서 부터였다. ≪장자≫ <대종사>(大宗師)에서 ‘도’(道)를 설명하면서 도는 자기 스스로가 근본이 되어, 예로부터 본래 존재하면서 천지를 생겨나게 하였는데, “태극의 위에 있어도 높지 않다”(在太極之上 不爲高)고 하였다. 이것으로 태극은 가장 높다는 개념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주역 계사전에서는 ‘역’(易)에는 태극이 있고, 이것이 양의(兩儀)를 생기게 하고, 양의는 사상(四象)을 생기게 하고, 사상은 팔괘(八卦)를 생기게 하며, 여기에서 만물이 생겨나게 된다고 설명하였는데, 이것은 만물의 근원이 곧 태극이라는 것이다. 태극 → 양의 → 사상 → 팔괘라는 서술은 본래 괘효(卦爻)의 생성과정을 설명한 것이지만, 이것은 또한 유일한 실재에서 음양(陰陽)의 이원(二元)으로 여기서 사계(四季)로, 그리고 또 여기서 만물로 되는 우주생성의 과정을 서술한 것이기도 하다. 팔괘는 만물을 상징한 것이다.
태극은 음과 양이 나누어지기 이전의 혼돈(混沌)상태의 기운[氣]을 가리킨다. 역의 사상에서 태극은 우주의 본체인 ‘기’(氣)의 원초적 형태이고, 태극 그 자체는 형상과 성질이 없다. 음양이 태극의 기본 현상인 것이다. 역의 태극론은 우주생성과 구성을 논리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송대(宋代)에 이르면 불교, 노장(老莊)의 사상에 자극된 유학자(儒學者)들이 형이상학적인 사색에 열중하게 되었다. 그 결과가 주돈이의 ≪태극도설≫로 나타났다. 주돈이는 <역>의 우주관에 오행설(五行說)을 더하여 새로운 우주관을 세웠다. 이에 다르면, 만물의 생성과정은 태극 - 음양 - 오행 - 만물의 순서를 따르고, 태극에서 음양으로의 이행은 태극의 동정(動靜)에 의한 것이며, 음양의 기가 응고되어 오행(水 · 火 · 木 · 金 · 土)의 질을 생성시킨다. 음양오행에 의해 만물이 생성한다. 따라서 음양 · 오행뿐만 아니라 만물 중에도 태극은 존재한다. 주돈이가 태극을 “극이 없는 것이 곧 태극”(無極而太極)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도가(道家)의 무극사상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없으면서도 있다”(無卽有)는 불교의 사상까지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역과 태극도설의 태극은 음양에 선행하는 존재이지만 그것이 ‘기’의 세계에서 분리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또한 정명도(程明道)에 이르면 태극의 ‘이’(理)는 현상을 존재하게 하는 법칙으로 해석되고, 태극의 ‘이’와 현상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하였다. 주자(朱子)는 태극을 ‘이’라고 하여 ‘이’를 존재 관념적인 법칙성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이’는 ‘기’ 중에 항상 존재하지만 똑같은 것이 아니며 ‘기’의 존재와 운동을 ‘이’ 없이 있을 수 없다고 하였다. 이리하여 주자는 태극을 단순히 진실, 영묘(靈妙), 조화, 질서, 통일, 법칙, 주재(主宰), 절대, 존엄, 도덕 등의 질료라고 보던 종전의 관점과는 다른 차원에서 태극이라고 하여 존재론적으로 태극설을 체계화시켰다.
그리스도교는 중국에 선교하면서 태극설에 접하였다. 초기의 예수회 선교사들은 문화적 적응주의를 채택, 태극이 절대존재임을 지칭하는 용어로 받아들였고, 이 용어 문제를 문제삼지 않았으나 프란치스코회와 도미니코회 선교사들은 태극이 서양철학의 신(Deus)과 같이 ‘제1원리’에 해당하지만 태극은 서양의 신개념에서와 같이 인격화된 존재는 아니고 물질적인 개념이므로 그리스도교의 신을 태극이라고 번역해서도 안 되며, 상제(上帝)나 천(天)은 태극보다 하위개념이므로 이도 역시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 이른바 전례논쟁(典禮論爭)을 가열시켰다.
[참고문헌] 楠本正繼, 宋明時代儒學思想の硏究, 1964 / 崔奭祐神父 華甲紀念, 한국교회사논총, 한국교회사연구소,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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